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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양10

끝없이 쏟아지는 생성물, 어떻게 감상할 것인가 생성형 AI가 대중화된 이후, 이미지는 말 그대로 무한히 쏟아져 나오고 있다. 버튼 몇 번만 누르면 수십, 수백 장의 그림이 눈앞에 펼쳐진다. 하지만 그 결과물은 놀랍도록 비슷하다. 수많은 사용자가 비슷한 프롬프트를 입력하면, 조금씩 다른 버전을 수없이 반복해서 만들어낼 뿐이다. 결국 인터넷은 고유한 작품보다는 유사한 이미지의 더미로 채워진다. 이 과정에서 사용자는 자신이 원하는 결과물을 얻기 위해 계속해서 모델을 돌려야 하고, 그 결과는 대부분 버려진다. 이른바 “쓰레기더미 속에서 보석을 찾는” 상황이 일상화된 것이다. 환경적 관점에서도 생성형 AI는 결코 가벼운 기술이 아니다. 이미지를 한 장 만들 때마다 GPU가 풀가동 되고, 그만큼 전력이 소비된다. 수많은 사용자가 비슷한 이미지를 얻기 위해 .. 2025. 8. 21.
[게임소개] 에도 시대 농촌 마을 시뮬레이션 안녕하세요! 지난번 농경 사회의 인구 조절 메커니즘과 현대 저출산 문제의 구조적 연관성이라는, 다소 무거운 주제의 글을 기억하시나요? 맬서스 함정부터 마비키, 쿠치헤라시 같은 끔찍한 풍습까지 이야기하면서 저도 마음이 편치만은 않았는데요. 글을 쓰고 나서 문득 이런 생각이 들더라고요. '이런 역사적 딜레마를 머리로 이해하는 것과, 직접 그 상황에 놓여보는 건 전혀 다른 경험이 아닐까?' 그래서 제가 한번 만들어봤습니다! 지난번 에세이의 아이디어를 녹여낸 작은 시뮬레이션 게임을요. 여러분이 직접 1700년대 일본의 작은 농촌 마을 촌장이 되어, 한정된 식량으로 마을의 생존을 책임져야 하는 게임입니다. 인구는 축복일까, 재앙일까?처음엔 저도 아주 평화롭게 게임을 시작했어요. 아이들이 태어나고 마을 인구가 늘어.. 2025. 8. 16.
농경 사회의 인구 조절 메커니즘과 현대 저출산 문제의 구조적 연관성 농경사회 인구증가와 생존 위기 농경사회에서는 인구가 일정 수준 이상으로 증가하면 식량 생산량이 따라가지 못해 생존 위기가 발생하곤 했다. 땅을 개간하여 경작지를 늘리고, 관개나 윤작 등 농업 기술을 강화해도 인구 증가는 언젠가 생산 한계를 넘어섰다[1]. 사람들은 점차 척박한 토지까지 경작지로 확대했지만, 이는 토양 황폐화 등 환경 파괴를 일으켜 오히려 생산력을 떨어뜨렸다[1]. 결국 늘어난 “굶주린 입”을 모두 먹여 살릴 수 없게 되어 기근과 질병 같은 생존 위기가 찾아왔다. 이러한 현상을 오늘날에는 “맬서스 함정”이라고 부르는데, 인구는 기하급수적으로 늘지만 식량 등 자원은 선형적으로밖에 늘지 않는 불균형 때문에 발생하는 위기라는 뜻이다[2][3]. 인구 과잉으로 인한 식량 부족의 징후는 곧잘 나타.. 2025. 8. 15.
왜 빈민촌과 부촌은 모두 언덕에 있을까? 도시를 오래 걷다 보면 이 문장이 두 장면으로 겹쳐 보인다. 하나는 도심 한가운데 급경사 계단과 이어진 빈민촌의 언덕이고, 다른 하나는 자동차 도로가 구불구불 올라붙는 교외의 고급 주거지다. 같은 언덕인데 어떻게 이렇게 다른 결을 갖게 되었을까. 흔히 시간과 위치의 문제—도시 팽창 과정에서 남은 자리와 새로 기획된 자리—로 설명하지만, 조금 더 깊이 들여다보면 답은 언덕 자체의 “입체적 형태”에 있다. 경사, 능선과 골짜기, 햇빛 방향, 바람길과 배수 같은 요소가 접근성과 비용, 위험과 쾌적성을 비대칭으로 나누어 준다. 그 비대칭이 어떤 때는 사람을 밀어내고, 또 어떤 때는 끌어당긴다. 언덕은 평지와 다르게 집과 도시의 논리를 동시에 바꾼다. 경사가 커질수록 도로를 직선으로 낼 수 없고, 계단과 지그재.. 2025. 8. 14.
GPT-5 시대, AI는 운전대를 잡지 않는다 '생각하는 AI'를 표방한 GPT-5가 드디어 우리 앞에 모습을 드러냈다. 이전 모델을 압도하는 성능이라는 평가와 함께, 이제는 정말 인간과 같은 박사급 전문가와 대화하는 느낌이라는 말도 나온다. 핵폭탄급 변화가 세상을 뒤엎을 거란 기대와 우려가 교차한다. 하지만 한발짝 물러서서 보면, 이번에도 혁명보다는 가속에 가깝다. AI는 여전히 우리가 방향을 제시하면 그쪽으로 미친듯이 페달을 밟아주는, 아주 유능한 '엔진'이다. 그리고 이 엔진은 앞으로 더욱 싸고, 더 정확해질 것이다.오히려 기술이 고도화될수록 AI의 본질적인 약점은 더 선명하게 드러난다. 우리가 이 새로운 엔진을 다루기 위해 반드시 알아야 할 세 가지다. 첫째, AI에겐 '영혼'이 없다. 여기서 영혼이란 철학적, 종교적 의미가 아니다. 스스로 .. 2025. 8. 12.
‘이왕 하는 김에’라는 부탁이 유독 부담스러운 이유에 대하여 우리 일상에는 수많은 부탁이 오고 갑니다. 커피 한 잔을 사러 가는 동료에게 “내 것도 한 잔만” 하고 부탁하는 가벼운 일상부터, 조금 더 복잡한 도움이 필요할 때까지. 그중에서도 유독 자주 쓰이는 마법 같은 표현이 있습니다. 바로 ‘이왕 하는 김에’입니다. 표면적으로 이 말은 참 효율적입니다. 어차피 가는 길, 어차피 하는 일에 작은 수고 하나를 더 얹는 것뿐이니까요. 서로 돕고 사는 세상에서 그 정도는 괜찮지 않나, 생각하기 쉽습니다. 실제로 많은 ‘이왕 하는 김에’는 우리의 수고를 덜어주고 관계에 윤활유가 되기도 합니다. 그런데 왜일까요? 어떤 ‘이왕 하는 김에’는 고맙고 반갑지만, 어떤 경우는 마음 한구석에 무거운 돌을 올려놓은 듯 부담스러울 때가 있습니다. 그저 일이 하나 늘어난 것 이상의 불편.. 2025. 8. 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