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지난번 농경 사회의 인구 조절 메커니즘과 현대 저출산 문제의 구조적 연관성이라는, 다소 무거운 주제의 글을 기억하시나요? 맬서스 함정부터 마비키, 쿠치헤라시 같은 끔찍한 풍습까지 이야기하면서 저도 마음이 편치만은 않았는데요.
글을 쓰고 나서 문득 이런 생각이 들더라고요. '이런 역사적 딜레마를 머리로 이해하는 것과, 직접 그 상황에 놓여보는 건 전혀 다른 경험이 아닐까?'
그래서 제가 한번 만들어봤습니다! 지난번 에세이의 아이디어를 녹여낸 작은 시뮬레이션 게임을요. 여러분이 직접 1700년대 일본의 작은 농촌 마을 촌장이 되어, 한정된 식량으로 마을의 생존을 책임져야 하는 게임입니다.
인구는 축복일까, 재앙일까?
처음엔 저도 아주 평화롭게 게임을 시작했어요. 아이들이 태어나고 마을 인구가 늘어나는 걸 보니 제법 촌장이라도 된 듯 뿌듯하더군요. 노동력도 늘어나니 가을 수확량도 넉넉할 것 같았고요. "에이, 옛날 사람들이 너무 비관적이었던 거 아니야?" 하는 안일한 생각도 잠시 스쳤죠.
하지만 그 평화는 그리 오래가지 않았습니다.
어느 순간부터 식량 소비량이 수확량을 아슬아슬하게 넘어서기 시작하더군요. 아이들과 노인들은 계속 늘어나는데, 정작 밭에 나가 일할 수 있는 노동력은 그 속도를 따라가지 못했던 겁니다. 결국 첫 식량 부족 사태가 터졌고, 굶어 죽는 사람들이 나오기 시작했습니다.
제가 의도적으로 인구를 전혀 통제하지 않고, 그저 늘어나는 대로 방치했을 때의 결과가 어땠는지 아시나요? 아래 차트를 한번 보시죠.
보이시나요? 녹색 선(인구)이 희망차게 솟아오르다가, 주황색 선(식량)이 바닥을 치는 순간 수직으로 곤두박질치는 모습이요. 한때 200 명을 넘보던 마을이 단 몇 달 만에 유령 마을이 되어버렸습니다. 지난 글에서 설명했던 '맬서스 함정'이 제 모니터 속에서 너무나도 선명하게 재현되는 순간이었죠.
당신이라면 어떤 결정을 내리시겠습니까?
이 전멸을 피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네, 바로 이 지점에서 게임은 플레이어에게 아주 불편하고 씁쓸한 질문을 던지기 시작합니다. 지난 글에서 언급했던 '쿠치헤라시(口減らし, 입 줄이기)'나 '마비키(間引き, 솎아내기)'와 같은 극단적인 선택지들을 마주하게 되는 거죠.
게임 속에서 당신은 주민 목록을 보며 심각한 고민에 빠지게 될 겁니다. '지금 당장 식량이 부족한데, 노동력이 없는 저 노인을 추방해서 남은 사람들을 살려야 하나?' 혹은 '앞으로의 노동력을 생각해서 남자아이만 낳도록 하고, 여자아이의 출산은 막아야 할까?'
이런 선택을 하는 손가락 끝이 무거워지는 경험을 통해, 우리는 과거 농경 사회의 사람들이 '비인간적'이어서가 아니라, 생존이라는 절대적인 명제 앞에서 얼마나 처절한 선택을 강요당했는지를 피부로 느끼게 됩니다.
이 게임은 화려한 그래픽도, 박진감 넘치는 액션도 없습니다. 하지만 한정된 자원 속에서 공동체를 유지해야 하는 리더의 고독한 무게를 잠시나마 느껴볼 수 있을 겁니다.
게임을 플레이하며 여러분이 내리는 결정 하나하나가 지난번 에세이의 내용을 더욱 입체적으로 이해하게 만드는 계기가 되었으면 합니다. 여러분의 마을은 과연 몇 년이나 버틸 수 있을까요? 부디 전멸 엔딩을 피해서 지속 가능한 마을을 한번 만들어보세요! 그리고 여러분의 생존 후기를 댓글로 들려주시면 정말 흥미로울 것 같네요.
P.S. 이 작은 게임은 누구나 살펴보고 개선할 수 있도록 전체 코드를 공개하고 있습니다. 마음껏 들여다보시고, 더 좋은 아이디어가 있다면 언제든 알려주세요!
▶ [ 게임 플레이하러 가기 ] ▶ [ 게임 소스 코드 보러 가기 (GitHub)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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