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교양

농경 사회의 인구 조절 메커니즘과 현대 저출산 문제의 구조적 연관성

by 입자 2025. 8. 15.

농경사회 인구증가와 생존 위기

 농경사회에서는 인구가 일정 수준 이상으로 증가하면 식량 생산량이 따라가지 못해 생존 위기가 발생하곤 했다. 땅을 개간하여 경작지를 늘리고, 관개나 윤작 농업 기술을 강화해도 인구 증가는 언젠가 생산 한계를 넘어섰다[1]. 사람들은 점차 척박한 토지까지 경작지로 확대했지만, 이는 토양 황폐화 환경 파괴를 일으켜 오히려 생산력을 떨어뜨렸다[1]. 결국 늘어난굶주린 모두 먹여 살릴 없게 되어 기근과 질병 같은 생존 위기 찾아왔다. 이러한 현상을 오늘날에는맬서스 함정이라고 부르는데, 인구는 기하급수적으로 늘지만 식량 자원은 선형적으로밖에 늘지 않는 불균형 때문에 발생하는 위기라는 뜻이다[2][3].

 

 인구 과잉으로 인한 식량 부족의 징후는 곧잘 나타났다. 수확량은 늘지 않는데 부양해야 인구가 많아지면서 1인당 식량 소비가 줄고 영양 상태가 악화되었다. 곡물 가격이 치솟고, 농민들이 굶주리기 시작하면 공동체는 인구 압력이 한계에 이르렀음을 감지했다. 역사적으로 이러한 위기를 예방하거나 완화하기 위해 여러 방책이 활용되었다. 가지는 개인적·문화적 인구 억제였다. 예를 들어 서양의 중세 농촌에서는 결혼 연령을 늦추고 일부 사람들은 아예 결혼하지 않음으로써 출생률을 낮추었다. 동아시아의 농민들은 산아제한의 수단으로 낙태나 신생아 영아살해 행하기도 했다[2]. 이러한 사전적 조치(예방적 체크)들은 자발적으로 출생률을 조절하여 인구가 너무 불어나지 않도록 하는 역할을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농경 사회에서 인구 억제가 충분하지 않으면 사후적 조치(긍정적 체크) 뒤따랐다[4]. 이는 기근, 역병, 전쟁과 같은 형태로 나타났는데, 인구 과잉 상태에서 식량 부족이 심화되면 결국 대규모 아사나 전염병으로 인구가 급감하는 일이 벌어졌다. 고대와 중세 역사에서 흔히 보이는 반복적인 흉년과 기근의 사이클 이러한 인구-식량 불균형의 결과였다. 예컨대 14세기 유럽은 흑사병으로 인구가 급감한 오히려 1인당 식량이 늘어 생활 수준이 잠시 개선되었지만, 다시 인구가 늘면서 재차 식량난에 봉착했다. 동아시아의 경우도 마찬가지로, 중국이나 조선에서 인구가 늘어날 때는 토지 부족과 연이은 흉년으로 농민 반란이나 사회적 혼란이 일어나곤 했다. 결국 농경사회에서는 인구와 식량 사이의 균형 생존의 핵심이었으며, 인구가 균형을 깨고 폭증하면 자연스럽게 (혹은 비자연적인 강제 방법으로) 조절되는 메커니즘이 작동했던 것이다.

 

 이러한 경험적 교훈 때문에 전근대 사회의 사람들은입이 늘면 먹을 것도 늘어야 한다 점을 뼈저리게 이해하고 있었다. 가족 단위에서 때도 자식이 너무 많으면 모두 굶을 수밖에 없다는 현실 감각이 있었다. 그래서 다음 장에서 살펴볼 각종 인구 억제 풍습들이 등장하게 것이다. 농경 사회의 인구 조절은 현대처럼 정부 정책이나 피임 도구에 의존한 것이 아니라, 당시 사람들 나름의 문화적 장치 공동체 규범, 그리고 극한 상황에서의 비극적 선택들로 이루어졌다.

 

마비키, 요바이, 쿠치헤라시농촌의 인구 억제 풍습

 인구 과잉의 위험 속에서 역사 농촌 사회는 다양한 풍습을 통해 출생률을 억제하고 가족 부양 부담을 줄이고자 했다. 일본 에도 시대 농민들 사이에서 널리 행해진 것으로 알려진 마비키(間引き) 대표적인 예다. 마비키란 태어난 신생아를 일부러 죽이는 영아 살해 풍습으로, 그대로모를 솎아내듯아이를 솎는다는 뜻이다[5]. 부모들은 논에서 모를 옮겨 심을 일부를 버려야 나머지 모가 자라듯이, 아이도 모두 키우면 모두 굶게 되니 일부는 출생 직후 처리해야 나머지가 산다고 여겼다[5]. 이러한 행동은 도덕적으로는 금기시되었지만, 현실적으로는 가난한 농민 가정에 만연했다. 실제 연구에 따르면 에도 시대 동부 일본의 일부 지역에서는 명의 아이가 마비키로 목숨을 잃었고, 세대가 지날수록 오히려 인구가 감소할 정도였다[6]. 영아를 인간으로 완전히 보기 어려웠던 시대관과살아남는 아이에게 집중해야 전체 가문이 산다 책임 의식이 결합되어 나타난 비극적 관습이었다.

 

 한편 요바이(夜這い) 출생 자체를 통제하기보다는 성행위를 관리함으로써 사회적으로 용인된 범위 내에서 인구를 조절하려던 풍습으로 있다. 요바이는 글자 그대로밤에 기어간다 뜻으로, 젊은 남성이 밤중에 몰래 처녀의 방에 들어가 육체 관계를 맺는 일본 농촌의 전통이다[7][8]. 오늘날의 관념으로 보면 충격적이지만, 과거 농촌 공동체에서는 혼인 비밀스런 교제 일환으로 흔히 행해졌고, 심지어 20세기 초까지 일부 지역에 남아 있었다[7]. 요바이를 통해 청년남녀는 자유롭게 짝을 찾았지만, 원치 않는 임신이 생길 경우 아이는 낙태나 마비키의 대상이 되었을 가능성이 높다. 따라서 요바이는 사회가 성을 통제하면서도 은밀하게 출산을 조절하는 기능을 했던 셈이다 (예컨대 적당한 상대를 찾지 못한 여성은 아예 출산을 하지 않게 되고, 혼외 임신의 경우 공동체 내에서 암묵적으로 처리되곤 했다). 이러한 풍습은 현대의 시각에서 보면 여성의 인권을 침해하고 성윤리에 어긋나지만, 당시 농촌 사회의 맥락에서는 인구와 혼인을 관리하는 하나의 장치였다.

 

 쿠치헤라시(口減らし) 그대로입을 줄인다 뜻으로, 식구 수를 줄여 먹여 살릴 감소시키는 모든 방책을 가리킨다. 에도 시대부터 메이지 시대에 이르기까지 일본의 가난한 농가에서는 아이를 외지에 보내거나 남의 집에 양자로 들이는 일이 흔했는데, 이것도 쿠치헤라시의 하나였다[9]. 특히 굶주림이 극심한 해에는 막내 아이나 딸을 부잣집 하녀로 팔거나 유곽에 보내는 일도 있었는데[9], 이를 통해 남은 가족이라도 굶지 않도록 것이다. 심지어 영양을 나누기 어려울 때는 어린 아이를 고의로 굶겨 죽이거나 (앞서 말한 마비키의 형태로) 마루 밑에 몰래 묻어버리는 끔찍한 일도 벌어졌다[10]. 일본 북부 지방에 전해지는 전설에 따르면, 갓난아이를 돌절구로 눌러 숨지게 부엌 바닥에 묻었다는 이야기까지 있을 정도다[11]. 이러한 구전설화 실은 과거에 실제로 있었던 쿠치헤라시 풍습이 투영된 것으로 보인다. , 너무 가난하여 모든 아이를 키울 없었던 부모들이 일부를 포기해야 했던 현실이 잔혹한 민담의 형태로 남은 것이다. 실제로 19세기 일본 농촌 사회에서는 갓난아이의 시신을 강가나 산속에 유기했다는 기록도 찾아볼 있다.

 

 요컨대 마비키, 요바이, 쿠치헤라시와 같은 풍습은 현대의 눈으로 보면 비인도적이지만, 농경 사회의 생존전략 일환이었다. 학자들은 이러한 관행이 실제 역사에서 광범위하게 일어났음을 여러 사료로 확인하고 있다. 예를 들어 인구학자들은 에도 시대에 출생신고가 되지 않은 아이들의 숫자나 남아선호로 인해 기형적인 성비를 보이는 마을들의 기록을 통해 영아살해 풍습의 존재를 증명한다[12]. 또한 민속학자 사사키 키젠(佐々木喜善) ‘座敷わらし(좌식와라시)’라는 일본 전설상의 아이 귀신이 사실은 쿠치헤라시로 죽은 아이들의 영혼이라고 해석하기도 했다[10]. 이처럼 과거 농촌 사회에서는 집안 식구 수를 환경이 감당할 있는 수준으로 유지하기 위해 극단적인 선택까지도 행해졌음을 있다. 다음 장에서 살펴볼 우바스테야마 전설도 이러한 맥락에서 이해할 있을 것이다.

 

우바스테야마설화인가 현실인가

 일본의 전설 중에는 우바스테야마(姥捨て山) 이야기처럼 노약자를 버리는 끔찍한 내용도 등장한다. 우바스테야마란할멈 버리는 이라는 뜻으로, 늙어서 부양하기 어려운 어머니를 등에 업고 산에 버리고 아들의 이야기가 널리 알려져 있다. 이를 소재로 문학 작품과 영화(: 나라야마 부시코) 유명하다. 그러나 이러한 이야기는 사실일까? 학술적 검토 따르면, 우바스테야마는 어디까지나 설화일 역사적으로 일반적인 관습은 아니었다 한다[13]. 일본어 대백과 사전 (고단샤, 1993)우바스테는 전설상의 소재일 , 널리 행해진 관습이었던 흔적은 없다 명시한다[13]. 다시 말해, 늙은 부모를 의도적으로 유기하는 행위가 사회적으로 용인된 적은 없었다는 것이다.

 

 물론 극도의 기근 상황에서 개별적으로 노약자를 포기하는 일이 없었다고 단정할 없다. 세계 여러 문화권에 유사한 이야기가 존재하는데, 예컨대 에스키모(이누이트) 사회에서도 먹을 것이 없을 노인이 스스로 속에 남겨졌다는 일화가 전해진다. 일본에서도 에도 시대 일부 문헌에 하나를 줄이기 위해 늙은 부모를 도망갔다 식의 이야기가 드물게 등장하지만, 이것이 실제 관습이었다기보다는 도덕적 경계의 사례 제시된 것에 가깝다. 오히려 일본의 전통 윤리는 부모 봉양() 중시했기 때문에, 노모를 버리는 행위는 극도로 비난받았다. 우바스테야마 이야기가 전승된 이유는, 그만큼 당시 농민들이 노년 부양의 부담 무겁게 느꼈음을 방증하는 사회적 상상력이라 있다. 다시 말해, 실제로 그런 일을 하지 않았지만차라리 그렇게 하고 싶을 정도로 먹고 살기가 힘들었다 한탄이 설화로 형상화되었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민속학자 야나기타 쿠니오(柳田國男) 우바스테 전설의 기원을 인도 불교의 비유담에서 찾기도 했는데[13], 일본에 전해진 인도 설화가 현지의 가난한 농촌 현실과 맞물려 각색된 것일 있다.

 

 결론적으로, 우바스테야마는 역사적 현실이라기보다 민담에 속한다 보는 것이 타당하다. 오늘날 남아 있는 어떤 공식 기록에서도 특정 지역이 노인 유기를 관습으로 삼았다는 증거는 없다. 다만 이러한 전설이 유명해진 데에는, 앞서 살펴본 쿠치헤라시와 마찬가지로 예로부터 농민들이 겪은 생계 압박이 반영되었을 것이다. 이는 현대인이 이야기를 접할 때도 단순히옛날엔 비인도적인 풍습이 있었네하고 끝낼 것이 아니라, 궁핍이 인간관계마저 파괴하는 극한 상황 대한 교훈으로 삼아야 한다는 점을 시사한다. 실제 역사는 전설과 달리 노인을 일부러 버리지는 않았지만, 기근 시기에 노인이 손수 먹을 것을 줄여 손자들을 살리거나, 가족 몰래 산속에 들어가 숨을 거두었다는 이야기도 전해진다. 그런 희생적 선택 미담으로 남을 만큼, 농경 사회의 빈곤은 극심했던 것이다.

 

맬서스의 인구론과 현대의 저출산 현상

 영국의 경제학자 토머스 맬서스(Thomas Malthus) 1798 출간한 저서 인구론에서인구는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하려는 경향이 있지만, 식량 생계 수단은 산술급수적으로밖에 증가하지 않는다 지적했다. 맬서스의 주장은 앞선 농경사회 사례들이 보여주듯 인구 과잉이 필연적으로 빈곤과 재앙 초래한다는 것이었다. 따라서 그는 인구 증가를 억제하기 위한 방편으로 가지 체크(check) 제시했는데, 앞서 언급한 예방적 억제책(결혼 연기, 금욕 ) 그렇지 못했을 찾아오는 긍정적 체크(기근, 질병 ) 그것이다[2]. 맬서스 시대에는 피임 기술이 발달하지 않았으므로, 스스로 출생을 억제하는 가장 현실적인 수단은 초혼 연령을 늦추거나 독신을 유지하는 방법뿐이라고 보았다. 그는 빈민층이 무턱대고 아이를 많이 낳으면 결국 모두가 굶주리게 되므로, “도덕적 절제 통해 출산을 조절해야 한다고 설파했다.

 

 맬서스의 비관적 예언은 19~20세기 동안에는 현실과 빗나갔다고 평가된다. 산업혁명과 기술 발전으로 식량 생산력이 급증했고, 인류는 20세기 동안 폭발적인 인구 성장을 경험했음에도 불구하고 예상만큼의 대재앙은 없었다. 그러나 21세기 들어 선진국을 중심으로 나타나는 저출산 현상 맬서스 이론을 새로운 각도에서 재조명하게 한다. 맬서스 당대와 달리 현대 사회에서는 교육 수준 향상과 피임 기술 보급으로 출산율이 자발적으로 크게 낮아지는 현상이 나타났다. 예컨대 대한민국을 비롯한 몇몇 산업국의 합계출산율은 1.0 전후의 초저출산 수준으로, 인구 유지에 필요한 2.1 한참 미친다. 맬서스라면인류가 드디어 스스로 출산을 통제하기 시작했다 볼지도 모른다. 실제로 인구학에서는 산업화 이후 대부분의 국가들이 인구전환 거쳐 출산율이 급감하는 패턴을 확인했다. 농경사회에서 산업사회로 변모할 처음에는 위생 향상과 의학 발달로 사망률이 떨어져 인구가 폭증하지만, 일정 수준 부유해지면 출산을 꺼리면서 인구 증가세가 둔화되고 결국 정체 또는 감소로 전환되는 것이다. 이는 맬서스가 우려했던인구 폭발대굶주림 도식과는 다른 경로로, 사회경제적 요인 출산 행태를 변화시킨 결과라고 있다.

 

 물론 지구 전체적으로 보면 여전히 인구는 증가하고 있고, 저개발국 일부에서는 맬서스적 함정이 현실화된 곳도 있다[14]. 하지만 부국들을 중심으로 저출산과 고령화 보편화되면서, 맬서스의 인구론은 새로운 시사점을 주고 있다. 맬서스는 인구가 계속 늘면 결국 살아남을 자원도 줄어들어 생활수준이 하락할 것이라고 경고했는데, 오늘날 선진사회에서 출산율 감소는 오히려 생활수준 향상과 가치관 변화 속에 스스로 선택된 인구 억제 나타났다. 흥미롭게도 맬서스 자신은 일반 대중이 도덕적 절제를 통해 출산을 크게 줄일 가능성에 대해 회의적이었다. 그러나 현대에는 여성의 사회 진출과 교육, 피임법의 발전으로 많은 사람들이 자발적 무자녀 소자녀 선택하고 있다. 요컨대 맬서스의 핵심 통찰인구는 한계까지 팽창하려 하나 환경 수용력에 의해 제약된다 여전히 유효하지만, 제약이 과거처럼 기근이 아닌 의식적인 출산 조절 형태로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이는 환경적·경제적 압력에 대한 인간 사회의 대응 방식이 변했음을 보여준다.

 

 현대의 초저출산은 한편으로 사회문제 인식되어 정부들이 출산 장려 정책을 펴고 있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맬서스식 관점에서 보면 자원 한계에 대한 자연스러운 적응 현상으로 해석될 수도 있다. 맬서스 이후 많은 신맬서스주의 학자들은 지구의 인구가 감당 가능한 수준을 넘어서면 결국 성장의 한계에 부딪힐 것으로 예측해왔다. 그러한 한계가 가까워지는 조짐이 보일 , 사람들이 미래에 대한 불안 속에 출산을 기피하게 되는 것도 일종의 합리적 적응일 있다는 것이다. 다음 장에서는 이러한 견해를 깊이 살펴보고, 저출산을 자연적 피드백 메커니즘으로 보는 시각과 이면에 있는 과잉/붕괴 이론을 다뤄보겠다.

 

저출산은 자연의 피드백 시스템인가과잉과 지연 붕괴 이론

 앞서 살펴본 바와 같이, 인구는 적정 수준을 넘어서면 자연히 억제되는 경향이 있다. 이를 두고 일부 학자들과 미래학자들은 저출산은 전멸을 피하기 위한 자연적 피드백이라고 주장하기도 한다. 인류가 무의식적으로 과잉(Overshoot) 상태를 인지하고 스스로 번식을 억제함으로써, 생태계 붕괴나 대참사를 미연에 방지하려는 메커니즘이 작동한다는 가설이다. 이러한 주장은 생태학에서 말하는 포식-피식 동물의 균형이나 개체군 조절 이론에 비유되곤 한다. 먹이가 부족해지면 야생동물의 번식률이 떨어지는 현상이 인간 사회에도 나타난다는 것이다. 실제로 현대 젊은 세대 중에는기후 위기로 미래가 암담해서 아이를 낳지 않겠다거나살기 힘든 세상에 새로운 생명을 데려오기 죄스럽다 생각을 밝히는 사람들이 있다. 이는 개인의 선택이지만, 사회 전체로 보면 환경 위기와 자원 고갈에 대한 일종의 피드백 반응이라고 해석할 수도 있다.

 

 이러한 관점을 뒷받침하는 이론적 배경으로는 과잉-붕괴 모델 자주 언급된다. 로마클럽 보고서 「성장의 한계」(1972)에서도 시나리오에 따라 자원 한계로 인한 인구 붕괴 가능성을 제시했는데, 핵심은 인구가 환경 수용력을 초과하여 한때 번성하다가 (이를 과잉 상태라 ) 자원의 고갈이나 오염으로 인해 지연된 붕괴(Delayed Collapse) 찾아온다는 것이다. 여기서지연된이라는 말은, 인구 붕괴가 초과 즉시 발생하는 것이 아니라 어느 정도 시차를 두고 나타나기에 규모가 커진다는 뜻이다. 예를 들어, 지구의 적정 인구 30 수준인데 산업화 시대에 일시적으로 80 명까지 늘어났다면[15], 에너지와 기후 체계의 한계로 인해 결국 인류 수가 감당 가능한 수준으로 줄어들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15]. 만약 이런 조정이 전쟁이나 역병 같은 파국적인 형태로 급격히 일어나면 대량 사망이라는 전멸적 시나리오 현실화될 있다. 하지만 반대로, 현재의 저출산 기조처럼 출생률 감소를 통해 완만하게 인구가 줄어든다면 극단적 붕괴를 피할 있다는 것이 과잉-지연 붕괴 이론이 주는 통찰이다. , 저출산은 궁극적으로 완만한 소멸 곡선 그리게 함으로써 인류 사회가 충격 없이 지속가능한 규모로 축소되도록 하는 자연적 안전장치일 있다는 주장이다.

 

 물론 이에 대한 반론도 있다. 저출산이 계속되면 인구의 평균 연령이 높아져 고령화 사회의 문제(노동력 부족, 부양비 증가 ) 심각해지고, 혁신과 활력이 떨어져 사회가 정체될 있다는 우려가 그것이다. 일각에서는출산율 저하는 국가의 쇠퇴라고 보면서 인구 감소를 적극 막아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지구 차원의 관점에서 보면 한정된 자원 아래 무한한 인구 성장 불가능하며, 언젠가는 성장 곡선이 꺾일 수밖에 없다. 저출산은 바로 정점 도달 알리는 신호일지도 모른다. 실제 연구에서도 인구 성장률 감소 자체가 장기적으로는 환경에 이롭고 1인당 번영을 높일 있다는 결과가 나왔다[16][17]. , 경제가 기존처럼 성장 중심 패러다임에만 묶여 있지 않다면, 인구 감소를 인류의 삶의 향상과 생태 안정화 기회로 활용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18][19]. 이러한 시각에서 보면, 저출산은 단순한 사회 문제라기보다 인류 문명이 다음 단계로 이행하는 과정일 수도 있다. 과거에는 인구를 불려 세력을 키우는 것이 번영의 척도였지만, 이제는 적정 규모를 유지하며 지속가능성 추구하는 쪽으로 패러다임이 전환되고 있다는 해석이다.

 

인구 과포화의 역사그린란드 노르드인과 라파누이 사례

 인구 과잉이 실제로 공동체의 붕괴로 이어진 역사적 사례 다수 존재한다. 자주 언급되는 것이 북대서양의 그린란드 바이킹 남태평양의 라파누이(이스터 ) 사례다. 이들은 서로 멀리 떨어져 있지만, 모두 환경의 부하 용량을 초과한 인구 유지 인해 파국을 맞이한 것으로 해석된다.

 

 그린란드의 바이킹 식민자들은 10세기 말부터 15세기 초까지 400~500년간 거친 북극 환경 속에서 사회를 유지했다. 한때 5,000명에 달했던 인구는 시간이 흐르며 점차 줄어들었고, 15세기경 완전히 자취를 감추었다[20][21]. 전통적인 설명에 따르면, 이들의 붕괴 원인은 복합적이었다. 초기에는 중세 온난기로 가축을 키우며 번성했지만, 과잉 방목으로 토양이 침식되고 주변의 숲을 땔감과 목재로 남획하여 자원 고갈 진행되었다[21]. 설상가상으로 14세기부터 기후가 다시 냉각(소빙하기)되면서 목축이 어려워지고, 바다 얼음 증가로 대외 교역도 끊겼다. 마지막까지 남은 바이킹들은 식량 부족과 추위 직면했으며, 유골 분석 결과 애완견까지 도살해 연명 흔적도 발견되었다고 한다[22]. 결국 그린란드의 바이킹 공동체는 극한의 환경 변화와 자원 부족에 적응 실패 나머지 일부는 노르웨이나 아이슬란드로 철수하고, 남은 인구는 사망하거나 이누이트 원주민 사회에 동화되어 역사에서 사라졌다[23]. 이것은 소규모 사회라도 환경 수용력 이상으로 인구를 유지하려 하면 얼마나 취약한지 보여준다.

 

 라파누이, 이른바 이스터 섬의 사례는 인류학자 재레드 다이아몬드가거의 순수한 생태 파괴로 인한 붕괴라고 평할 만큼 극단적인 사례로 유명하다[24]. 이스터 주민들은 수백 년에 걸쳐 거대한 모아이 석상 전역에 건립했는데, 과정에서 나무를 너무 많이 사용한 나머지 섬의 삼림이 모두 파괴되었다. 숲이 사라지면서 토양 침식이 심해져 농경지가 황폐화되었고, 카누를 만들 나무가 부족해지자 바다로 나가 물고기를 잡기도 어려워졌다. 그럼에도 한때 수천 명에 이르던 인구는 한동안 유지되었는데, 이는 바로 지연된 붕괴 양상이었다. 환경은 한계치에 다다랐지만 인구는 관성적으로 유지된 , 내부적으로는 부족 간의 자원 쟁탈 전쟁 격화되고 영양 상태가 악화되어 식인 풍습이 나타났다는 설도 있다. 18세기 유럽인이 섬에 도착했을 주민 수는 불과 2,000~3,000 정도였으며, 섬에는 나무 그루 남아 있지 않았다고 한다[25][26]. 이후 유럽인에 의한 전염병 유행과 노예 사냥까지 겹쳐 19세기 말에는 라파누이 원주민이 111명까지 감소하며 사실상 사회 붕괴 상태가 되었다[27]. 이스터 섬의 비극은 인구와 자원의 균형 상실 얼마나 치명적 결과를 낳을 있는지 경고해준다. 다만 최근 연구들 중에는실제로는 유럽 도래 이전까지 라파누이 인구가 비교적 안정적으로 유지되었다 반론도 있어 학계 논쟁이 진행 중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섬의 극심한 산림 파괴와 그로 인한 생태 환경의 변화는 명백하며, 이는 결국 외부 충격(노예 사냥 ) 견디지 못할 만큼 사회를 취약하게 만든 요인이라 있다.

 

 이 밖에도 고대 마야 문명이나 로마 제국 말기의 인구 과밀, 또는 미국 남서부 아나사지 마을 붕괴 , 인구와 자원의 불균형이 문명 쇠퇴와 밀접하게 연관된 사례는 여럿 있다[28]. 이러한 역사들은 모두 가지 교훈을 공유한다. 환경이 감당할 없는 규모로 팽창한 공동체는 지속 가능성을 잃고 급격히 축소된다 점이다[29]. 인구는 당장의 전성기에는 자원의 한계를 알아채지 못하고 증가할 있지만, 어느 임계점 이상이 되면 균형을 회복하기 위한 자연의 반작용 찾아온다. 그린란드의 바이킹과 라파누이의 사례는 바로 자연의 경고를 무시한 대가를 보여준다. 이는 현대 사회에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비록 오늘날 우리는 과학 기술로 일시적인 풍요를 누리고 있지만, 지구 생태계가 수용할 있는 인구와 소비 수준을 넘어서면 언젠가 지속 불가능한 지점 도달할 수밖에 없다. 그리고 때의 충격을 줄이기 위해서는 지금부터 균형을 맞추는 노력이 필요하다는 것을 역사는 말해준다.


인구 감소의 위험과 인류 생존의 균형

 현대 사회가 직면한 인구 감소 현상은 한편으로 위기 인식되고, 다른 한편으로는 지속가능한 미래의 희망으로도 해석된다. 양면성 이해하려면 시간적 스케일과 관점의 차이를 고려해야 한다. 단기적으로 급격한 출산율 저하는 분명히 사회에 충격을 준다. 젊은 층이 줄어들고 노년층 비중이 커지면 연금, 의료, 돌봄 시스템에 부담이 가중된다. 노동력이 부족해 경제 활력이 떨어지고, 소비 인구 감소로 시장이 위축될 있다. 이는 개별 국가 차원에서 경제적·사회적 위험으로 부각된다. 실제로 한국, 일본, 유럽 등에서는 인구 감소를 인구 절벽이라 부르며, 생산성 하락과 국력 약화를 우려하고 있다. 이러한 시각에서는 인구 유지 혹은 증가 국가 생존과 직결되는 과제다.

 

 그러나 장기적·지구적 관점에서 보면, 인구 감소는 인류가 지속가능성의 균형점 찾아가는 과정일 있다. 앞서 살펴본 환경수용력 개념을 상기하면, 지구 자원이 무한하지 않은 이상 언젠가는 인구 증가가 멈추고 안정화되는 것이 논리적 귀결이다. 만약 전환이 비교적 평화롭고 점진적으로 이루어진다면 인류 전체의 생존 가능성은 오히려 높아질 있다. 예를 들어 세계 인구가 2100년경 정점을 찍은 완만하게 감소하여 2200~2300년경 30 이하로 줄어든다고 가정해보자[15]. 이런 시나리오는 자원 수요와 환경 부담을 줄여 지구 생태계의 회복을 도울 것이며, 인류가 적정 규모 살아남는 유리한 조건을 마련해줄 있다[15]. 물론 과정이 자동적으로 순탄한 것은 아니다. 인구가 줄어드는 동안 사회 구조를 어떻게 재편하고, 경제 시스템을 저성장/탈성장 모델 전환할 것인지는 커다란 도전이다[17]. 그러나 만약 인류가 도전에 성공해 인구 감소를 연착륙시킬 수만 있다면, 결과적으로 모든 사람이 풍족한 자원 속에 안정적으로 살아갈 확률이 높아진다. 다시 말해, 느린 축소 통해 문명이 붕괴 없이 수축(sustainable shrinkage)하는 길을 모색할 있다는 뜻이다.

 

 궁극적으로 중요한 것은 균형이다. 인구 감소의 속도가 지나치게 빠르고 극단적이면 사회 혼란과 경제 손실이 크겠지만, 반대로 인구 증가율이 높은 상태로 기후 변화나 자원 고갈을 맞이하면 재앙을 초래할 있다. 따라서 인류는 장기적 생존 가능성 높이면서도 단기적 사회 안정을 해치지 않는 절묘한 균형점 찾아야 한다. 이제 인구 문제를 논할 단순히 많이 낳아야 한다 vs 줄어도 된다 이분법을 넘어서, 얼마나 어떤 방식으로 줄어드는 것이 바람직한가 고민해야 하는 단계에 왔다. 인류 역사상 처음으로 의식적으로 인구를 조절할 있는 시대 살고 있는 우리가, 지혜롭게 결단한다면 과거의 많은 문명이 맞이했던 파국적 붕괴를 피하고 지속 가능한 번영 이어갈 있을 것이다.


 

[1] [23] [24] [28] [29] cpor.org

http://cpor.org/ce/Diamond%282005%29Collapse-HowSocietiesChooseFailureSuccess.pdf

[2] [3] [4] 2.5 Population Growth – Introduction to Cultural Geography

https://pressbooks.nvcc.edu/nolgeo210/chapter/2-3/

[5] [6] [12] Mabiki: Infanticide and Population Growth in Eastern Japan, 1660–1950

https://content.ucpress.edu/chapters/12058.ch01.pdf

[7] [8] Yobai - Wikipedia

https://en.wikipedia.org/wiki/Yobai

[9] Indigenism, Feminism, and Collective Agency: The Modern Situation of the Ainu

https://www.hosannafukuzawa.com/the-modern-situation-of-the-ainu/

[10] [11] 〖じつは残酷な伝承〗座敷わらしの正体は「口減らし」で殺された子供⁉ なぜ幸運をもたらすのか?  歴史人

https://www.rekishijin.com/12896

[13] Ubasute - Wikipedia

https://en.wikipedia.org/wiki/Ubasute

[14] How Relevant Is Malthus for Economic Development Today? - PMC

https://pmc.ncbi.nlm.nih.gov/articles/PMC4112762/

[15] pure.iiasa.ac.at

https://pure.iiasa.ac.at/id/eprint/18893/1/Lutz.pdf

[16] [17] [18] [19] Population Decline Will Change the World for the Better | Scientific American

https://www.scientificamerican.com/article/population-decline-will-change-the-world-for-the-better/

[20] [21] Why Did Greenland's Vikings Vanish?

https://www.smithsonianmag.com/history/why-greenland-vikings-vanished-180962119/

[22] Why did Greenland's Vikings disappear? | Science | AAAS

https://www.science.org/content/article/why-did-greenland-s-vikings-disappear

[25] [26] [27] Easter Island - Wikipedia

https://en.wikipedia.org/wiki/Easter_Island


참고 문헌

  • Diamond, J. (2005). Collapse: How Societies Choose to Fail or Succeed. New York, NY: Viking.
  • Drixler, F. (2013). Mabiki: Infanticide and Population Growth in Eastern Japan, 1660–1950. Berkeley, CA: University of California Press.
  • Feldstein, S. (2023, May 4). Population Decline Will Change the World for the Better. Scientific American. Retrieved from https://www.scientificamerican.com/article/population-decline-will-change-the-world-for-the-better/
  • Fujii, K. (2021, July 3). 「じつは残酷な伝承」座敷わらしの正体は「口減らし」で殺された子供⁉︎ なぜ幸運をもたらすのか? 歴史人. (In Japanese).
  • Kodansha (1993). Japan: An Illustrated Encyclopedia. Tokyo: Kodansha. (Entry on Ubasute, p. 1121).
  • Lutz, W., & Gauthier, A. H. (2023). Population decline will likely become a global trend and benefit long-term sustainability. Laxenburg, Austria: International Institute for Applied Systems Analysis (IIASA).
  • Malthus, T. R. (1798). An Essay on the Principle of Population. London: J. Johnso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