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성형 AI가 대중화된 이후, 이미지는 말 그대로 무한히 쏟아져 나오고 있다. 버튼 몇 번만 누르면 수십, 수백 장의 그림이 눈앞에 펼쳐진다. 하지만 그 결과물은 놀랍도록 비슷하다. 수많은 사용자가 비슷한 프롬프트를 입력하면, 조금씩 다른 버전을 수없이 반복해서 만들어낼 뿐이다.
결국 인터넷은 고유한 작품보다는 유사한 이미지의 더미로 채워진다. 이 과정에서 사용자는 자신이 원하는 결과물을 얻기 위해 계속해서 모델을 돌려야 하고, 그 결과는 대부분 버려진다. 이른바 “쓰레기더미 속에서 보석을 찾는” 상황이 일상화된 것이다.
환경적 관점에서도 생성형 AI는 결코 가벼운 기술이 아니다. 이미지를 한 장 만들 때마다 GPU가 풀가동 되고, 그만큼 전력이 소비된다. 수많은 사용자가 비슷한 이미지를 얻기 위해 모델을 반복 실행하는 행위는 곧바로 탄소 배출 증가와 연결된다.
여기서 주목할 만한 것이 바로 사전에 생성된 AI 콘텐츠를 모아두고 큐레이션해 주는 플랫폼들이다. 이미 만들어진 콘텐츠를 재활용하면 불필요한 연산을 줄일 수 있고, 결과적으로 AI 창작 활동이 조금 더 지속가능한 방식으로 운영될 수 있다.
이미지: 끝없이 펼쳐진 AI 갤러리
이미지 분야는 가장 앞서 있다. 대표적으로 Enterpix는 Midjourney, DALL·E, Stable Diffusion 등 여러 모델로 제작된 작품들을 모아 검색과 추천 기능을 제공한다. 사용자는 특정 키워드나 스타일을 입력해 수많은 결과물을 한눈에 살펴볼 수 있다. Civitai 또한 이미지 중심의 커뮤니티형 플랫폼으로, 사용자들이 직접 업로드한 AI 생성 이미지를 공유하고 평가할 수 있게 한다. 이런 서비스는 단순히 모델 실행 결과가 아니라, 그 자체로 거대한 시각 자료 라이브러리를 구성한다.
음악: 첫걸음을 내딛는 생성 라이브러리
음악은 아직 이미지만큼 다양하지는 않지만 몇몇 흥미로운 시도가 등장하고 있다. Stock Music GPT는 장르와 분위기에 따라 분류된 AI 생성 음악을 무료로 공개하며, AI Hits는 인공지능이 만든 곡들을 모아 스트리밍 수와 인기도를 기반으로 랭킹을 매긴다. 여기에 더해 기존 음악 분석 플랫폼인 Cyanite.ai 같은 서비스도 활용할 수 있다. 생성 음악만을 모은 대규모 라이브러리는 아직 초기 단계지만, 상업적 음악 시장에 새로운 접근법을 제시할 가능성이 크다.
동영상: 이제 막 열리기 시작한 장르
동영상 생성은 기술적으로 가장 까다로운 영역이지만, 여기서도 사전 생성된 콘텐츠를 제공하는 움직임이 보인다. Pixabay는 ‘AI generated’ 키워드로 수천 편의 무료 동영상을 제공하고 있으며, 이는 상업적 프로젝트에도 사용할 수 있다. OpenAI의 Sora 역시 공개된 예시 영상을 통해 AI 비디오의 가능성을 체험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아직은 규모가 제한적이지만, 앞으로 대량의 AI 영상 콘텐츠를 모아두는 전문 플랫폼이 나타날 가능성이 높다.
개별 사용자가 생성기를 직접 실행하는 것은 흥미로운 경험이지만, 결과물은 종종 무작위적이고 일관성이 부족하다. 반대로 사전 큐레이션된 대규모 라이브러리는 검색과 추천을 통해 사용자가 원하는 스타일이나 주제에 훨씬 더 쉽게 접근할 수 있게 한다. 이는 창작자에게는 영감의 원천이 되고, 일반 사용자에게는 즐길 거리의 확장판이 될 것이다.
'교양' 카테고리의 다른 글
[게임소개] 에도 시대 농촌 마을 시뮬레이션 (2) | 2025.08.16 |
---|---|
농경 사회의 인구 조절 메커니즘과 현대 저출산 문제의 구조적 연관성 (3) | 2025.08.15 |
왜 빈민촌과 부촌은 모두 언덕에 있을까? (4) | 2025.08.14 |
GPT-5 시대, AI는 운전대를 잡지 않는다 (4) | 2025.08.12 |
‘이왕 하는 김에’라는 부탁이 유독 부담스러운 이유에 대하여 (4) | 2025.08.11 |